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기개가 서린 곳
대로변 표석 하나와 골목 안 안내판 하나. 이순신 생가터를 가리키는 표시가 이 길 주변에 둘 있습니다.

명보아트홀 앞 인도에 작은 표석이 하나 있습니다. '충무공 이순신 생가터'라고 적혀 있지만, 그 자리가 생가터는 아닙니다. 1985년 서울시가 사람들 눈에 잘 띄는 대로변을 골라 세운 표지석입니다.
고증된 생가터에 안내판이 선 것은 2017년입니다. 표석에서 골목으로 들어간 인현동1가 31-2 신도빌딩 앞, 지금 주소로는 을지로18길 19입니다.
충무로는 서울 중구 필동1가에서 시작해 충무로역을 지나 을지로3가·입정동에서 끝나는 도로입니다. 건물번호는 필동1가 2번에서 입정동 75번까지. 남산 자락에서 을지로 쪽으로 올라가는 짧은 길이죠. 이 이름은 임진왜란 때 나라를 구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시호 '충무(忠武, 충성스럽고 무예가 뛰어남)'에서 왔습니다.
1946년 해방 후, 일제가 붙인 '본정(本町)'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민족의 영웅을 기리기 위해 '충무로'로 개명했습니다. 생가터가 있던 건천동, 지금의 인현동이 바로 옆이라는 점이 근거였습니다.
그런데 충무로에는 이름이 하나 더 붙어 있습니다. 바로 '한국 영화의 메카'라는 별명입니다.
1960~70년대, 정부의 영화산업 육성 정책에 힘입어 영화 제작사, 필름 현상소, 배급사, 극장들이 이곳에 밀집했습니다. 감독과 배우, 스태프들이 충무로 골목을 누비며 한국 영화의 황금기를 만들었죠. '충무로 영화'라는 말 자체가 '한국 영화'의 대명사가 되었을 정도입니다.
지금은 많은 제작사가 강남이나 파주로 옮겨갔습니다. 그래도 '충무로'라는 세 글자는 한국 영화를 가리키는 보통명사로 남았습니다.
충무로역에서 나와 대로변 표석을 본 뒤, 골목 안 신도빌딩 앞까지 걸어보면 좋습니다. 기리는 자리와 실제 자리가 어떻게 어긋나 있는지, 두 표시 사이의 거리가 그대로 보여줍니다.
알고 계셨나요? 충무로 인근 을지로 골목에는 여전히 오래된 필름 현상소와 카메라 상점들이 남아 있습니다. 아날로그 감성을 찾는 사진작가들이 지금도 이 골목을 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