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이야기

살수대첩의 영웅, 을지문덕의 기개

낡은 철공소 2층에서 맥주를 마시는 밤. 그 골목 이름은 612년 살수대첩의 장군에게서 왔습니다.

주소찾기 편집팀 · · 수정 · 2분 읽기

해 진 뒤 을지로3가 골목, 셔터를 내린 공구상 건물 앞에 플라스틱 의자가 놓인 풍경

낡은 철공소 건물 사이, 비좁은 계단을 올라가면 맥주를 파는 루프탑 바가 나옵니다. 2016년경부터 을지로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을지로는 서울특별시 중구 소공동 97-3에서 시작해 신당동 224-2에서 끝나는 3,018m의 도로입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앞에서 끝난다고 알기 쉽지만, 거기서 동쪽으로 더 나갑니다. 행안부 주소 정보로 보면 을지로1~7가 외에 소공동·산림동·신당동이 함께 걸리고, 건물번호는 299번까지 이어집니다. 기초번호가 20m 간격이니 299번은 약 3km 지점이라는 계산과도 맞습니다. 이름의 주인은 1,400년 전 사람입니다.

일제강점기에는 '황금정(黃金町)'이라 불렸으나, 1946년 해방 후 독립의 염원과 민족정신을 담아 을지문덕 장군의 성을 따서 '을지로'라 명명했습니다.

612년 살수대첩에서 30만 수나라 대군을 물리친 고구려의 명장, 을지문덕. 그가 적장 우중문에게 보낸 오언시는 "신통한 계책은 천문을 헤아리며 묘한 꾀는 지리를 꿰뚫는구나"로 시작합니다. 칭찬처럼 읽히지만 반어입니다. 이미 공이 높으니 그만 물러가라는 말로 상대의 회군을 유도한 것입니다.

당시 이 지역에 중국 화교가 많이 거주했기에, 수나라를 무찌른 장군의 이름으로 민족적 자존심을 세우려 한 의도도 담겨 있습니다.

1960~70년대 을지로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심장부였습니다. 인쇄출판사, 조명기구상, 공구상, 귀금속상들이 밀집하며 '한국 제조업의 메카'로 불렸죠.

그런 을지로가 2016년경부터 젊은이들에게 재발견됩니다. 철공소 건물의 숨은 루프탑 바에서 맥주를 마시는 것이 '힙'한 문화가 된 것입니다. 그 시절 순례 코스였던 을지면옥은 지금 이 길에 없습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2구역 재개발로 2022년 6월 25일 을지로 영업을 끝내고 종로구 낙원동으로 옮겼습니다. '힙지로(Hip+Euljiro)'라는 별명과 함께, 산업유산과 현대 감성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서울의 독특한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해가 지면 을지로3가의 셔터가 하나둘 내려갑니다. 그 셔터 앞 플라스틱 의자에는 노가리 접시와 소주잔이 놓입니다. 낮의 공구상과 밤의 술집이 같은 주소를 씁니다.

알고 계셨나요? 을지로3가에는 '을지로 노가리골목'이 있습니다. 노가리와 소주를 즐기는 직장인들의 성지이자, 1970년대부터 이어진 서민 문화의 상징입니다.

을지로의 대표 장소

참고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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