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에서 전주까지, 동화 이름을 단 도로
택배 송장과 등본에 동화 속 이름을 적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설화의 배경지를 가로지르는 도로입니다.

전북 들판을 가로지르는 왕복 도로의 이름표에 '콩쥐팥쥐로'라고 적혀 있습니다. 전래동화 속 이름이 그대로 붙은 주소입니다.
이 길을 흔히 "김제와 완주를 잇는 도로"라고 소개합니다. 저희가 행안부 도로명주소 검색 API로 전수 확인해 보니 구간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 전북특별자치도 김제시 — 주소 208건, 건물번호 5~894 (검산동·금구면·용지면·황산면 등)
-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이서면 — 94건, 900~1500
-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 71건, 1546~1713 (상림동·효자동3가)
-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덕진구 — 6건, 1515~1579 (만성동·중동)
김제에서 시작해 완주를 지나 전주 시내까지 들어가는 길입니다. 전주 구간이 통째로 빠진 설명이 많습니다. 지역 표기도 2024년부터 전라북도가 아니라 전북특별자치도입니다.
이름의 배경은 '콩쥐팥쥐전'입니다. 한국판 신데렐라로 불리지만 원래는 조선 후기 민간에 구전되던 설화이고, 지역마다 서로 다른 판본이 남아 있습니다.
이야기는 콩쥐가 살던 곳을 '전주성 서문 밖 30리'라고 적습니다. 전북일보 취재에 따르면 이 표현이 가리키는 범위는 오늘날 완주군 이서면과 김제시 금구면 일대이고, 완주 이서면 앵곡마을과 김제 금구면 둔산마을이 배경지를 놓고 경합해 왔습니다. 여러 고문헌을 근거로 학계는 완주 쪽 손을 들어줬습니다. 마을 담장마다 콩쥐팥쥐 그림이 그려진 것도 그래서입니다.
주의할 것은 '한 마을로 확정됐다'는 식의 서술입니다. 고증이 좁힌 것은 두 개 면 단위의 권역이지, 번지 하나가 아닙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이 이름은 관광 문구가 아니라 생활입니다. 택배 송장에도, 등본에도, 배달 앱 주소창에도 '콩쥐팥쥐로'라고 적습니다. 동화 속 두 자매의 이름이 매일 쓰이는 행정 주소가 된 셈입니다.
알고 계셨나요? '콩쥐팥쥐전'은 권선징악 동화로만 읽히지 않습니다. 조선시대 계모와 이복 자매 사이의 갈등이라는 가족 문제를 다룬 사회 비판적 설화이고, 지역마다 서로 다른 버전이 전해져 구전문학 연구의 자료로도 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