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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볼로

도로명 이야기

전쟁의 상처에서 피어난 화채 그릇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DMZ 바로 남쪽에 위치한 '펀치볼(Punch Bowl)'은 전쟁의 상처가 평화의 풍경으로 변한 독특한 곳입니다.

이 이름은 한국전쟁 당시 UN군 종군기자가 항공정찰 중 해발 1,000m 이상의 높은 산들(가칠봉, 대우산 등)로 둘러싸인 움푹한 분지를 내려다보며 "마치 펀치 볼(Punch Bowl, 파티용 화채 그릇) 같다"고 표현한 데서 유래했습니다. 한국어로는 '해안분지'라고 부르지만, 영어 이름인 '펀치볼'이 더 유명합니다.

1951년 9월부터 10월까지 이곳에서는 치열한 '펀치볼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중공군과 북한군을 상대로 한 피비린내 나는 고지전이었죠. 전투가 끝난 뒤에도 이 지역은 수십 년간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군사지역으로 남았습니다.

그 덕분에 역설적으로, 펀치볼은 한국에서 가장 원시적인 자연생태계가 보존된 곳이 되었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제한적으로 민간인 출입이 허용되었고, 지금은 DMZ 평화관광의 명소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가을이면 억새밭이 장관을 이루고, 겨울에는 설경이 아름답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원래의 행정 지명인 '해안(亥安)'의 유래입니다. 옛날 이 마을에 뱀이 극성을 부려 주민들이 고통받자, 지나가던 승려가 "뱀의 천적인 돼지(亥)를 많이 기르면 평안(安)해질 것"이라 조언했고, 그 뒤로 정말 뱀이 사라졌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