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이야기

서울과 테헤란이 서로의 이름을 바꿔 단 길

명함에 이 도로명을 적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 이름이 어느 도시에서 왔는지 떠올리지 않습니다.

주소찾기 편집팀 · · 수정 · 2분 읽기

초저녁 테헤란로, 유리 오피스 타워가 늘어선 10차선 대로 위로 흐르는 차량 불빛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는 '서울로'가 있습니다. 서울 강남에는 테헤란로가 있습니다.

테헤란로는 강남역에서 삼성교까지 이어지는 왕복 10차선 대로입니다. 디지털강남문화대전은 연장 3.9km, 폭 50m로 적고 있습니다.

1977년, 골람레자 닉페이(Gholamreza Nikpey) 테헤란 시장이 서울을 찾아 구자춘 서울시장과 자매결연을 맺었습니다. 두 도시는 서로의 이름을 딴 길을 두기로 했고, 그해 6월 27일 현장에서 한글과 페르시아어를 나란히 새긴 기념 표지석이 제막됐습니다.

서울 쪽에서 이름을 내준 길은 1972년에 난 삼릉로였습니다. 삼릉은 선릉과 정릉을 함께 이르는 말입니다. 선릉에 성종과 계비 정현왕후의 봉분이 따로 있고 정릉에 중종이 묻혀 봉분이 셋이라 삼릉입니다. 태종의 헌릉은 서초구 내곡동에 따로 있어 이 이름과 관계가 없습니다.

테헤란 쪽은 원래 니야예시로였던 길을 1977년 11월 28일에 서울로로 고쳐 불렀습니다. 테헤란 북부 바나크(Vanak) 일대이고, 연변에 주이란 한국대사관과 이란 올림픽위원회, 국제전시장이 있습니다. 1979년 이란 혁명 뒤에도 이름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이름을 바꾸던 무렵 강남은 아직 논밭이 섞인 개발 초기였고, 이란은 석유로 돈이 돌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로부터 49년. 테헤란로는 '테헤란 밸리'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강남파이낸스센터(테헤란로 152)와 포스코센터(테헤란로 440) 같은 대형 오피스가 길을 따라 늘어섰고, 벤처캐피털과 스타트업이 이 주소를 명함에 씁니다.

다만 별명이 오해를 만들기도 합니다. 테헤란 밸리라는 말 때문에 국내 대표 IT 기업의 본사가 이 길에 모여 있다고 적은 글이 많은데, 사실이 아닙니다. 네이버 본사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일로 95이고, 넥슨코리아는 판교, 카카오 본사는 제주에 있습니다. 회사 이름과 도로명을 묶어 쓰기 전에 사업자등록상 주소를 한 번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명함에 적힌 테헤란로 주소가 어느 동네인지 궁금하다면 건물번호째로 검색창에 넣어 보세요. 100번대는 역삼동, 400번대는 대치동과 삼성동으로 갈립니다.

알고 계셨나요? 이란 테헤란에는 여전히 '서울로(خیابان سئول)'가 있습니다. 테헤란 북부 바나크(Vanak) 일대를 지나며, 연변에 주이란 한국대사관이 있습니다. 1979년 이란 혁명 이후에도 이름은 그대로입니다.

참고 출처

이 글에 나온 주소를 여기서 바로 돌려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