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를 반쯤 끼고 도는 법원과 예술의 거리
대법원 앞을 지나 예술의전당까지, 판결문을 든 사람과 공연 티켓을 든 사람이 같은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길입니다.

법복을 입은 판사와 드레스를 입은 성악가가 같은 길을 씁니다. 반포대로 이야기입니다.
이 길은 서초구 예술의전당 앞 삼거리에서 시작해 서초역과 대법원을 지나고, 반포대교를 건너 용산구 서빙고동 북단에서 끝납니다. 총 4.7km, 서초구와 용산구 두 자치구에 걸칩니다. 행안부 주소 정보상 서초구 구간의 건물번호는 3번부터 333번까지이고, 반포동·서초동·잠원동을 지납니다.
'반포(盤浦)'라는 이름의 주인공은 한강이 아니라 이 마을로 흐르던 개울, 지금의 반포천입니다. 서초구청 지명 유래 설명은 그 개울이 "서리서리 구비쳐 흐른다 하여 「서릿개」 곧 반포(蟠浦)라 하다가 훈이 변하여 반포(盤浦)로 부르게 되었다"고 적습니다. 한자가 서릴 반(蟠)에서 소반 반(盤)으로 바뀐 셈입니다.
같은 설명은 다른 설도 함께 답니다. 홍수 피해를 자주 입는 상습 침수지역이어서 반포라 불렀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쪽이든 물과 얽힌 이름입니다.
실제로 물난리가 잦았습니다. 과거엔 상습 침수 구역이었지만, 1970년대 강남 개발과 함께 반포주공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부촌의 대명사로 탈바꿈했습니다.
이 거리는 서로 상반되어 보이는 두 가지 정체성을 품고 있습니다. '법'과 '예술'입니다.
교대역 인근과 서초역 사거리에는 대법원, 대검찰청,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밀집한 '서초동 법조타운'이 자리잡고 있어 분위기가 엄숙하고 무겁습니다. 같은 길을 따라가면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산실인 예술의전당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냅니다. 법복을 입은 판사와 드레스를 입은 성악가가 같은 길을 공유하는 셈이죠.
봄이 되면 반포대로 곳곳과 인근 몽마르뜨 공원에 벚꽃이 만발합니다. 서초구가 여는 '서리풀 페스티벌' 때는 찻길을 막고 도로를 거대한 스케치북으로 쓰기도 합니다.
차선이 다시 열리면 반포대로는 원래의 간선도로로 돌아갑니다. 아침이면 법원 쪽 횡단보도와 예술의전당 쪽 횡단보도에 각각 다른 옷차림의 사람들이 신호를 기다립니다.
알고 계셨나요? 반포대로가 지나는 반포대교에는 세계에서 가장 긴 교량 분수인 '달빛무지개분수'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밤이면 음악에 맞춰 물줄기가 무지개빛으로 춤추는, 한강의 대표적인 야경 명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