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붓의 향기가 흐르는 골목
초록 원 안에 한글로 쓴 커피 간판, 그 옆은 붓을 파는 필방입니다. 약 700m 골목의 규칙이 그렇습니다.

인사동길의 스타벅스 간판에는 영어가 없습니다. 초록 원 안에 한글로 '스타벅스 커피'라고 적혀 있습니다.
인사동길은 종로2가 탑골공원 옆에서부터 안국동 사거리까지 약 700m에 이르는 활처럼 휜 모양의 골목길입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오면 가장 먼저 찾는 '한국 전통문화의 1번지'로 유명합니다.
'인사동(仁寺洞)'이라는 이름은 조선시대 한성부 관할 구역이었던 관인방(寬仁坊)의 '인(仁)'과 대사동(大寺洞)의 '사(寺)'가 합쳐져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지명입니다.
이 길이 활처럼 휜 이유는 원래 물길이었기 때문입니다. 북악산에서 발원해 종로 쪽으로 내려오던 안국동천이 이 자리를 지났고, 지금은 상류 일부를 빼고 전 구간이 복개됐습니다. 물길의 굽이가 그대로 골목의 굽이로 남았습니다.
일제강점기에 몰락한 양반들이 생계를 위해 집안의 도자기나 서화, 고가구 등을 내다 팔기 시작하면서 골동품 상점들이 하나둘 들어선 것이 지금 상권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1970년대에는 화랑(갤러리)들이 모여들고, 표구사, 필방, 한지 상점, 전통 찻집들이 자리를 잡으며 명실상부한 문화 예술의 거리가 완성되었습니다.
인사동길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한글 간판'입니다.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한글 간판을 강제하는 조례는 없습니다. 인사동은 2003년 서울시 조례에 따라 지정된 문화지구로, 지구단위계획이 한글 표기를 권유하고 상인회가 그 관행을 지켜온 결과입니다. 강제가 아니라 합의에 가깝습니다.
미로처럼 뻗어 있는 좁은 샛골목 사이사이로 숨겨진 한옥 식당과 전통 찻집을 찾아내는 것도 인사동길을 걷는 큰 묘미입니다.
샛골목을 돌아 다시 큰길로 나오면 붓을 파는 필방 옆에 한글로 쓴 커피 체인 간판이 나란히 서 있습니다. 강제한 사람은 없는데도 그 순서가 20년 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알고 계셨나요? 2001년 8월 10일 문을 연 스타벅스 인사점은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 가운데 최초로 영어(STARBUCKS COFFEE)가 아닌 자국어 간판, 곧 '스타벅스 커피'를 단 매장입니다. 개점 전에는 인사동 상인들의 반대가 거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