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이야기

남산골은 길 이름이 아니라 동네 이름

남산골한옥마을 주소에는 '남산골'이라는 글자가 없습니다. 서울에 그런 도로명이 없기 때문입니다.

주소찾기 편집팀 · · 수정 · 3분 읽기

남산골 한옥마을 대청마루 끝 댓돌에 놓인 나막신과 담 너머 남산 사면

남산골한옥마을 정문 앞에서 택배 송장을 적는다고 해 봅시다. 손이 먼저 쓰는 글자는 '남산골'입니다.

그런데 그 주소로는 물건이 가지 않습니다. 이 마을의 주소는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34길 28 (필동2가), 우편번호 04626입니다. 지번으로는 필동2가 84-1. 도로명에도 지번에도 '남산골'은 없습니다.

이름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주소보다 훨씬 오래된 이름입니다.

남산(목멱산) 북쪽 자락, 지금의 필동 일대를 조선시대에는 남촌 또는 남산골이라 불렀습니다. 경복궁 가까운 북촌에 고위 관료가 모여 산 반면 남촌에는 벼슬자리를 얻지 못한 가난한 양반이 많이 살았다고 전해집니다. 여기서 나온 별명이 '남산골 딸깍발이'입니다.

딸깍발이는 신발에서 온 말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나막신」 항목은, 가죽신을 살 형편이 못 돼 마른 날에도 나막신을 신고 다니며 딸깍딸깍 소리를 낸 남산골 선비에게서 이 별명이 나왔다고 적고 있습니다.

「딸깍발이」는 국어학자이자 수필가인 이희승의 수필 제목이기도 합니다. 글이 교과서에 실리며 별명 쪽이 더 유명해졌습니다.

문제는 이 이름이 주소 체계까지는 들어오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저희가 2026-09-15에 행정안전부 도로명주소 검색 API로 '서울특별시 중구 남산골길'을 조회한 결과는 0건이었습니다. 같은 날 '남산골길'만 넣어 전국을 조회하니 15건이 나왔는데, 전부 경기도 여주시 흥천면 한 곳이었습니다. 도로명코드 416704442078, 건물번호 4번부터 36번까지. 서울 검색창에 '남산골길'을 넣으면 여주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러면 필동에는 어떤 길이 있을까요. 같은 날 같은 API로 필동1가·2가·3가 주소 631건을 받아 도로명을 세어 보니 스물일곱 개였습니다. 퇴계로와 그 가지길 열셋(퇴계로27길부터 퇴계로44길까지), 필동로와 그 가지길 여섯, 서애로와 서애로1·3·5길, 그리고 충무로와 수표로2길입니다.

'남산'이 들어간 도로명은 이 스물일곱 개 중 하나도 없습니다.

대신 남산골은 건물 이름으로 살아남았습니다. 전국에서 '남산골'을 넣어 조회한 30건 가운데 서울 주소는 두 건인데, 둘 다 도로명이 아니라 건물명 자리에 들어 있었습니다. 퇴계로34길 28의 '남산골한옥마을', 그리고 서애로1길 12-1의 '남산골'.

도로명주소는 길에 이름을 붙이는 제도입니다. 남산골은 길이 아니라 골짜기와 동네를 부르던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주소판에는 오르지 못하고 간판과 별칭으로 남았습니다.

비슷한 이름이 서울에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중구에는 남산공원길이라는 도로명이 실제로 있습니다. 케이블카 승강장과 석호정이 이 길에 붙어 있죠. 다만 한옥마을과는 다른 길입니다.

한옥마을에 물건을 보낼 일이 있다면 송장에 '퇴계로34길 28 (필동2가)'이라고 적으세요. 검색창에 넣어 보면 우편번호 04626까지 한 번에 나옵니다.

알고 계셨나요? 행안부 주소 데이터에서 '남산골'을 찾으면 전국 30건이 나옵니다(2026-09-15 조회). 이 중 서울 주소는 두 건인데 둘 다 도로명이 아니라 건물 이름입니다. 퇴계로34길 28의 남산골한옥마을, 서애로1길 12-1의 남산골.

참고 출처

이 글에 나온 주소를 여기서 바로 돌려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