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수는 서대문구, 짝수는 마포구
연세로의 차 없는 거리는 이제 일요일에만 열립니다. 그 큰길인 신촌로는 한복판을 기준으로 자치구가 갈립니다.

일요일 오후의 연세로에는 차가 없습니다. 월요일 아침이면 택시와 승용차가 같은 길을 지나갑니다.
서울시는 2025년 1월 1일자로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을 해제했습니다. 2014년 서울 첫 전용지구로 지정된 지 약 10년 만입니다. 통행 제한을 1년 가까이 임시로 멈춰 놓고 비교해 보니 차량 속도에 뚜렷한 차이가 없었고 상권 매출은 오히려 나아졌다는 것이 해제 근거였습니다. 대신 매주 일요일 차 없는 거리 행사가 남았습니다.
연세로는 신촌로터리에서 북쪽 연세대 앞까지 이어지는 짧은 길입니다. 신촌로를 가로지르는 것이 아니라 신촌로에서 갈라져 나와 끝납니다. 행안부 주소 데이터에 올라 있는 연세로 주소는 건물번호 1번부터 50번까지, 전부 서대문구 창천동과 신촌동에 있습니다.
그 큰길 '신촌(新村)'은 글자 그대로 '새 마을'입니다.
조선 태조가 한양으로 도읍을 옮길 때, 하륜은 무악(지금의 안산) 남쪽 이 일대를 도읍터로 밀었습니다. 명당이 좁다는 반대가 나왔고 결국 북악산 밑으로 하자는 무학대사의 의견이 채택됩니다. 도읍이 비껴간 자리에 사람이 모여 살며 '새터말'이라 불렀고, 이를 한자로 옮긴 것이 신촌입니다.
지금의 신촌로는 한 길을 두고 자치구가 갈리는 드문 도로입니다. 저희가 2026-09-15에 행안부 도로명주소 API로 서울 신촌로 주소 365건을 받아 보니, 홀수 번호 215건은 전부 서대문구(창천동·대현동·북아현동·충정로3가)였고 짝수 번호 150건은 전부 마포구(동교동·노고산동·대흥동·염리동·아현동)였습니다. 예외는 한 건도 없었습니다. 도로 북쪽이 서대문구, 남쪽이 마포구입니다. 길 건너 가게로 서류를 내러 갈 때 주민센터가 달라집니다.
동쪽 끝도 흔히 알려진 것보다 멉니다. 아현역에서 끊기지 않고 북아현동을 지나 충정로3가 두 건물까지 이어집니다. 가장 큰 번호는 신촌로 331, 아현성결교회 자리입니다.
길 북쪽에는 연세대와 이화여대가, 남쪽에는 서강대가 있습니다. 1970~80년대에는 최루탄이 자주 터진 자리였고, 지하 음악감상실과 통기타 소리가 같이 있던 거리이기도 했습니다.
확인은 주소 하나면 됩니다. 검색창에 '신촌로 331'을 넣어 보세요. 마포구가 아니라 서대문구가 나옵니다.
알고 계셨나요? 신촌 한복판의 '신촌 독수리 다방(독다방)'은 1971년에 문을 열어 대학생들의 아지트였습니다. 2000년대 중반에 문을 닫았다가 2013년 창업주의 손자가 자리를 옮겨 다시 열었습니다.